은퇴 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가볍고 자유롭다.
요즘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일이 즐겁다.
무엇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도 줄어들었고,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무게도 많이 내려놓았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자유로웠던 사람처럼
조금씩 홀가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렇게 살지 못했던 시간도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미심쩍은 일들이 참 많았다.
이해되지 않는 일,
억울한 일,
섭섭한 일,
두려운 일이 수도 없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솔직하게 묻지 못했다.
정확히는 대답을 들을 자신이 없었다.
질문은 때로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그 질문이 나 자신을 향할 때 더욱 그렇다.
성경 속 야베스가 하나님께 간절히 외쳤던 것처럼,
나 역시 수많은 기도를 드렸지만
때로는 기도조차 솔직하지 못했다.
내 민낯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을 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셀프코칭'이라고 이름 붙였다.
18년 동안 수없이 많은 질문을 했다.
어떤 질문은 삶의 뿌리를 흔들 만큼 깊었고,
어떤 질문은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질문 그 자체가 아니라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였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부끄러움을 감수할 용기가 생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제 나는 당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40개의 질문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게 되었다.
원고를 넘긴 뒤 아쉬움도 있었다.
조금 더 다듬고 싶었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또한 그 시절의 나였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진짜였고,
부족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많은 상처에서 벗어났다.
대부분의 트라우마도 정리되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먼저 질문을 시작해 보라고.
질문은 우리를 흔들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에게 답하는 과정.
그것이 내가 경험한 치유의 시작이었다.